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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飜譯 / translation


어떤 언어로 된 글을 다른 언어로 옮김. 한자로는 '뒤집다'의 뜻이 있는 飜(번)과 '풀이하다'의 뜻이 있는 譯(역)의 조합어다. 영어 동사 translate는 라틴어 translatio에서 왔으며 원래의 뜻은 '옮기다'이나, 의미가 확장되어 이식, 번역 등의 뜻도 갖게 되었다. 글이 아니라 말을 옮기는 것은 통역이라고 한다. 번역의 1차적인 목적은 원문과 번역문이 동등한 관계, 즉, 똑같은 의미를 갖게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독자가 여러 가지 언어를 알고 있어서 원전을 직접 읽을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한 사람이 여러 나라의 말을 동시에 잘하는 건 서로 다른 문화의 성격을 이해하는 감수성 +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서야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번역은 필수다. 특히 현대에는 언어가 다른 사회 간의 교류가 폭발적으로 증대하면서 번역의 수요와 중요성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요즘도 가끔 그렇지만, 컴퓨터 같은 게 없었던 옛날엔 당연히 온전히 사람의 힘으로 일일이 필사하며 번역했다. 하지만 시대가 발전하면서 이젠 번역도 자동화가 추진되고 있다. 아예 번역기까지 등장했지만, 아직까지 인간 주관적 사고의 함축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글은 완벽한 기계번역이 불가능해서, 사람이 작업을 하되 컴퓨터로 이를 보조하는 컴퓨터 보조 번역의 형태로 번역 작업의 효율성 제고가 이루어지고 있다.

2. 종류

번역은 여러 가지 종류가 존재하는데, 원문의 언어(출발어) 구조를 더 존중하느냐, 번역문의 언어(도착어)의 언어 구조를 더 존중하느냐에 따라 직역과 의역 둘로 나눌 수 있다. 또한 원문의 손상 정도에 따라 완역, 경개역, 축역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원문의 언어에서 바로 번역했느냐, 아니면 원문의 번역문을 또 번역했느냐에 따라 원전 번역과 중역으로 나눌 수 있다. 심지어 번역문에서 다시 원문의 언어로 옮기는 역번역도 있다.


이 중 어떤 번역의 형태가 가장 옳느냐는 아직도 뜨거운 논쟁거리다. 상황에 따라 직역, 혹은 의역이 더 어울리는 경우가 있기 마련이다. 또한 굳이 번거롭게 싸그리 완역하기보다는 발췌역이 적합한 때도 있다. 그리고 원문의 언어를 이해하는 번역자가 희귀하거나 없다면 출발어를 힘들게 익히는 것보다 중역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이를 잘 구분하려면 원문의 저자, 번역문을 읽을 독자층, 글의 종류, 글의 목적, 각 언어권 문화의 상이함 정도, 시대상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

2.1. 원전 번역

2.1.1. 직역

비슷한 말로는 축자역(逐字譯, literal translation)이 있다. 축자역의 경우 어순까지 일대일로 번역하는 흔히 말하는 왈도체 같은 경우고, 직역의 경우 어순 정도는 수정하되 원문의 형태나 문법, 어법, 단어를 최대한 유지한 채 최소한의 의미가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번역이다. 즉, 축자역은 어절, 구절 단위 번역, 직역은 문장 단위 번역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직역 문서 참조.

2.1.2. 의역

의역(意譯, free translation)은 직역과는 달리 원문의 언어 구조를 다소 무시하고, 번역문의 언어 구조에 자연스럽게 옮기는 걸 우선으로 한다. 의역 문서 참조. 의역을 오역에 가깝게 인식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적절한 의역이 필수이다.

2.1.3. 완역

완역(完譯)은 원전의 내용을 빠짐없이 모두 번역하는 것이다. 중역이나 편역, 발췌역에 비해 원전내용이 왜곡될 소지가 적은 방식이나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현재 한국사 최대 프로젝트 중 하나인 승정원일기 번역 작업은 완역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외 조선왕조실록이나 삼국사기, 삼국유사는 현재 모두 우리말로 완역되어 있으며, 난중일기나 징비록등의 사서들도 완역이 되어있다.

2.1.4. 발췌역

초역(抄譯, selective translation)이라고도 한다. 발췌역은 원문 전체를 다 번역하는 게 아니라 일부만 번역하는 것을 말한다. 원문을 크게 훼손하여 줄거리만 남기면 경개역(梗槪譯, condensed translation), 원문을 상당히 축소하면 축역(縮譯, abridged translation)이라고 한다. 대한제국 시기와 일제강점기 시기에 발행된 국내 신문에서 해외의 사건사고를 보도할 때 발췌역이 애용됐다. 해외 주요 인사의 발언이라든지 중요한 문장만 따로 떼어 번역하는 모습은 현대 언론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2.2. 중역

한 번 번역된 문장을 또다시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 중역(重譯, retranslation)이다. 언어 간의 괴리로 번역문과 원문의 의미는 항상 완벽한 일치를 이루지 못하므로, 중역을 거치면 원전이 전달하고자 했던 바는 점점 안드로메다로 간다. 따라서 중역은 될 수 있으면 지양하고 원전 번역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하여 원전 번역이 아닌 중역을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시대적인 한계나(서양 문물이 쏟아져 들어오던 시기, 서구 쪽 언어 해독능력자가 전무했던 한국 근대시기의 번역은 대부분 일본어나 중국어 중역이었다), 재정적인 문제(원저의 언어가 어렵고 이를 아는 번역자가 많지 않아 중역이 번역료가 더 저렴한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역 참조.

2.3. 역번역

역번역(逆飜譯, back-translation)은 한 번 번역된 글을 다시 원문의 언어로 재번역을 하는 것을 말한다. 역번역은 단순한 재번역이라기보다도 원문에 대한 어떠한 참고자료도 없이 원저의 언어로 행하는 번역을 뜻하는데, 이는 일반적인 독자를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연구 등의 학술 활동에 이용하거나 번역문의 정확도를 교차검증할 목적으로 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2.4. 편역

원서의 지명, 세부내용 등을 한국의 실정에 맞게 역자가 뜯어 고치면서 번역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실용서가 그렇게 번역되는 경우가 많다. 번안도 일종의 편역이라 할 수 있다.

3. 과정

번역 과정은 기본적으로 세 단계를 거친다고 볼 수 있다.

출발어로 작성된 글을 해독하고 이해하기

1차 번역(초벌 번역)

결과물을 도착어의 구조에 맞게 구성하기


번역자는 일단 원문을 단순히 읽는 게 아니라 의식적이면서도 다양한 기법으로 해석하고 글이 갖는 특성(글의 주제와 종류, 글의 작성 목적, 글이 작성된 시기, 작가의 이력과 성향, 번역문을 읽을 대상 독자층)을 분석해야 한다. 단순히 아 너무 흥분해서 외국어가 나왔네요 수준으로 무의식적이고 유창한 구화가 가능한 정도를 넘어서, 출발어의 문법, 관용어와 특이점, 출발어를 상용하는 문화권과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그 다음 글이 담고 있는 생각의 의미 단위를 나눠야 한다. 이러한 의미 단위는 단어, 구, 때로는 문장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단위마다 구분선을 세워준다. 이러한 번역 단위는 아주 작은 음소가 될 수도 있고, 심지어는 단락보다 더 클 수도 있다.


그 후 의미 단위 별로 도착어로 옮긴다. 독자들이 번역문을 읽는데 지장이 없도록 도착어로 자연스럽게 재구성해야 한다. 글이니만큼 읽는 사람이 만족하려면 당연히 작가에 준하는 글쓰기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간과하기 쉬운 사실이지만, 단순히 어떤 언어로 말만 잘한다고 그 언어로 글도 잘 쓰는 게 아니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알겠지만, 일견 간단해 보이는 번역 작업 뒤에는 머리를 쥐어뜯어야 할 정도로 복잡한 사고 과정이 자리잡고 있다. 외국어나 번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은 이런 과정이 무척이나 쌈빡하게 보이니 번역 그거 그냥 외국어로 바꾸면 되는 거 아님? 하고 쉽게 말하지만, 인간의 감성과 사고를 담는 그릇인 언어란 매우 주관적이고 모호한 것이여서, 그렇게 단순한 치환, 등가교환이 가능한 게 아니다. 어떤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다른 언어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전달하라는 말은, 한마디로 장기판에서 매번 신의 한수를 두라는 것과 똑같다.

4. 어려움

天竺國俗, 甚重文製. 其宮商體韻, 以入絃為善. 凡覲國王, 必有贊德. 見佛之儀, 以歌歎為貴. 經中偈頌, 皆其式也. 但改梵為秦, 失其藻蔚, 雖得大意, 殊隔文體, 有似嚼飯與人, 非徒失味, 乃令嘔噦也.

천축국의 풍속은 문장의 체제를 대단히 중시한다. 그 오음(五音)의 운율(韻律)이 현악기와 어울리듯이, 문체와 운율도 아름다워야 한다. 국왕을 알현할 때에는 국왕의 덕을 찬미하는 송(頌)이 있다. 부처님을 뵙는 의식은 부처님의 덕을 노래로 찬탄하는 것을 귀히 여긴다. 경전 속의 게송들은 모두 이러한 형식이다. 그러므로 범문(梵文)을 중국어로 바꾸면 그 아름다운 문채(文彩)를 잃는다. 아무리 큰 뜻을 터득하더라도 문장의 양식이 아주 동떨어지기 때문에 마치 밥을 씹어서 남에게 주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다만 맛을 잃어버릴 뿐만이 아니라, 남으로 하여금 구역질이 나게 한다.

<양고승전(梁高僧傳)>권2, 진장안구마라집(晉長安鳩摩羅什)


일단 번역을 잘 하려면 도착어 실력이 대단히 뛰어나야 한다! 외국어 문장을 보고 이게 무슨 뜻인지는 아는데 정작 옮기려면 적절한 느낌을 지닌 단어를 선택하는 게 굉장히 힘들다는 걸 대충이나마 번역을 해본 사람이면 알 것이다. 텍스트 전체의 내용과 그 배경, 의미, 미묘한 뉘앙스 를 모두 고려해야 하므로 모어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지식이 필요하다. 특히 시나 노래, 영화나 게임의 제목 등을 번역 할 경우 그 언어를 웬만큼 잘 안다 하더라도 단어 하나하나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매우 어렵다. 정말로 많은 사람이 간과하는 것이지만 번역자의 첫째 조건은 훌륭한 언어 실력이다. 게다가 프로 통번역가라면 외국어 → 모어 뿐만이 아니라 모어 → 외국어 번역도 어느 정도 할 줄 알아야 한다. 당연히 후자가 더 어렵기 때문에 번역 단가도 그만큼 높다.


거기에 번역이라는 것은 단순히 외국어 실력 뿐만이 아니라 각 나라의 관습, 문화, 역사 및 관련 분야 지식에도 능통해야 하고 언어유희는 물론 직역과 의역을 동시에 능숙하게 다뤄야 하며, 여기에 원문이 시나 노래 가사 같은 운문이라면 운율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의 문제로 시적인 감각까지 요구하고, 때때로 의역을 넘어선 초월번역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고된 작업이다. 이에 대해 번역은 반역이다라는 명언이 있을 정도다. 이 문단의 서술도 사실은 어느 정도 전문번역가들의 시각이고 예컨대 철학책을 원문직역한다고 했을 때 단순히 어문학과 교수 출신들은 매우 높은 확률로 오독 밎 오역을 많이 한다. 결국 해당 분야의 조예가 깊은 전문가들이 직접 번역가들만큼 해당 언어 지식을 쌓고 번역을 해야 가장 정확한데 한마디로 한국어에 대한 이해가 풍부하면서 해당 외국어와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도 풍부하거니와 해당 번역내용의 전문가 혹은 전공자가 원전번역을 해야 제대로된 번역이 될 가능성이 큰 상당히 조건이 까다로운 일인 것이다. 또한 일반인이 주로 접하는 영화/만화/소설같은 경우에는 번역 기간이 매우 촉박하기 때문에 오역을 줄이기 위해서는 번역가의 실력이 더욱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다만 역설적이게도 촉박한 번역 기간 때문에 고용주측이 번역가의 실력보다는 펑크를 내지 않는가에 대한 신뢰성을 더 높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번역 일을 시작하려면 우선 인맥이 있어야 쉽다는 얘기도 있으며, 대부분의 번역가 자질 논란이 이런 인맥/번역 속도 위주의 업계 사정 때문에 일어난다.


굳이 대중문화 뿐 아니라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도 번역은 매우 중요한데, 정작 대한민국 학술계는 번역을 대단히 하찮게 여긴다. 대충 해당 분야를 전공한 말단 대학원생 혹은 초짜들이나 하는 것으로 여기며 투자를 안 한다. 이 경우 해당 분야 지식은 있을지 몰라도 번역자로서 필요한 국어 실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원서보다 읽기 어려운 괴랄한 것들이 양산된다. 대충 일본식 번역을 빌려오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국내에선 쓰이지 않는 일본식 한자용어도 난무한다. 도올 김용옥 교수가 번역을 무시하는 이런 현실을 여러 차례 비판한 적이 있다. 이러한 번역에 대한 취급 때문에 번역서들의 수준이 더욱 낮아지고 외국 원서에 대한 추종이 심해지며, 더더욱 번역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학계에서도 이런 심각성을 알고 번역에 대한 인식을 높이려 하는 움직임이 있지만 여전히 현시창에 가깝다.


이런 현실은 한영번역이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영어를 잘한다 하더라도 글을 잘 쓰는 것과는 다르기에 영미권에서 자란 한영번역만 맡는 번역가들이 꽤 있다.) 번역 시 직역이 아닌 능동적인 번역을 원한다면 당연히 표현 하나하나에 적잖은 고민을 해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번역가들이 받는 번역단가는 낮아 그렇게 시간을 투자해서 번역할 경우 먹고 살기 힘들다. 결국 직역수준으로 빠르게 번역할 수밖에 없는데 이게 또 의뢰자들 입장에서는 불만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번역이 rewriting을 의미한다 하여도 본인 외에는 이해하기 힘든 정도의 글을 기가 막힌 문장들로 구성된 번역본으로 탈바꿈 시켜주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문제다. 물론 표현이 깔끔하고 정확한 언론기사라든지, 공공문서, 기업자료, 공식보고서들의 경우 원문 자체가 이해가 쉬워 번역이 용이하다. 반면, 대다수의 글들은 문법의 철저한 파괴는 기본이고 아무리 읽어도 무슨 소리인지 이해조차 어려운 수준인 경우가 흔하다.


게다가 번역자가 알아서 좋은 문장으로 바꿔줄 것을 기대하고 의뢰하기 때문에 대충 써놓고 이런 이런 의미니 알아서 훌륭한 영어문장들로 탈바꿈시켜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번역이 아닌 대필을 요구하는 셈이다. 이런 경우들은 특히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나 번역료는 균일하기에 고충이 많다. 또한 대다수 평생 제대로 된 글쓰기 교육을 받아본 경험이 없다보니 매우 기본적인 문법도 지키는 경우가 드물고, 두리뭉실한 표현이나, 상황에 맞지 않는 단어들을 사용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렇기에 원문을 읽다보면 의미파악이 되지 않아 계속 작성자의 의도를 어렵사리 추론해내야 하는 과정이 많아 시간이 더욱 지체된다. 결국 제대로 된 번역이 나올수가 없는 환경이란 거다. 20년째 인상은 커녕 오히려 하락하고 있는 번역단가 때문에 훌륭한 문장력을 가진 이들은 번역계를 떠나게 되고 실력이 없는 이들만이 남게 되어 전반적인 번역의 질은 나날이 떨어져가고 있다.


반면에 전문 번역가들은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출판사에서 해당 전공자를 공동번역자나 감수로 붙여줘야 하는데, 금전적인 문제로 인해 대부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수준 이하의 오역이 속출하고 아예 원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내용이 산으로 가버리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야구를 다루는 《머니볼》의 국내발매 초판은 야구 용어에 수많은 오류가 난무했다. 밀덕 지식이 부족한 번역자의 전쟁영화 자막, 과학기술 지식이 없는 번역자의 SF 소설 번역 등등 덕후 입장에서 읽다보면 어이가 없어지는 이런 사례는 정말 끝도 없이 나온다. 이런 문제는 오역 문서에 보다 자세히 설명되있다.


오래 전부터 번역은 많은 번역가들에게 고민거리였다. 이를 잘 설명한 글이 있다. 번역과 번역 문화.


잭 니콜슨 주연의 영화《Something's Gotta Give》의 경우를 들어보자. 이 제목은 대충 '(무언가를 하려면) 뭔가 줘야 한다, 즉 포기 혹은 희생해야 한다' 정도가 될 테지만 이걸 앞뒤 자르고 영화 제목으로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결국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이란, 맞는 뜻이기는 한데 다소 장황한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이런 예는 수도 없이 많다. Let It Go, 가을의 전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문서 참조.


번역의 어려움은 언어 체계, 구체적으로는 문장구조나 단어 조합, 더 나아가서는 모어 화자의 사고방식 등이 언어권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때문에 우리말로는 단어 몇 개에 불과하지만 외국에서는 문장이 줄줄이 이어진다든가, 혹은 그 반대의 경우가 자주 나타난다.


작품 중에는 아예 번역 자체가 대사업인 케이스도 있다. 피네간의 경야는 40개의 언어로 이루어진 괴이한 작품으로 한때 번역 자체가 불가능하게 여겨질 정도로 난해한 물건이라 한국어판의 경우 결국 제임스 조이스의 작품의 권위자인 김종건 교수가 고통스러운 번역 끝에 번역본을 내놓았으나 이마저도 신조 한자어가 너무 많아서 완전한 번역이라고는 하기 힘든 작품이었다. 무슨 문자인지조차 몰라서 번역이 불가능한 케이스도 존재한다. 보이니치 문서와 로혼치 사본, 파에스토스 원반은 마도서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고고학/암호학자들을 빡치게 만드는 물건들. 그러나 사실 이런 예는 번역이 아나라 "해독"이다. 번역은 "양 쪽 문자와 언어를 다 안다."는 전제가 있다.


종종 존비어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언어, 대표적으로 미국 등의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 대사를 번역할 때 상황이나 별 다른 이해 관계 없이 여성 캐릭터는 무조건 존댓말을 쓰는 경우가 있다. 이런 남존여비식 의도적인 오역을 '춘추필법'이라고 낮춰 부른다.

4.1. 직역이냐 의역이냐

네티즌과 비전문가들 사이에서 가장 논쟁이 되는 '직역이냐 의역이냐'의 문제는 전문가들에게는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제대로 된 번역이란 직역과 의역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어려운 작업이며, 대체로 날림 번역일수록 직역이나 의역 어느 한쪽으로 쏠리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번역에 대한 오해에 빠진 비전문가, 실력 없고 불성실한 역자의 번역은 강한 직역 혹은 강한 의역이 되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 대충 번역하면 자연스럽게 직역이나 의역이 되는 마법을 누구나 체험할 수 있다. 하지만 고민하고 노력할수록 직역과 의역에 얽매이지 않은 정역(正譯)이 된다. 현대의 일반적인 인식은 직역에 좀더 부정적이다. 의역 항목과 비교했을 때 직역문서가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것만 봐도 직역=우리말 실력이 떨어져서 그냥 일대일로 번역함, 의역=언어 능력이 뛰어나서 자연스럽게 번역함으로 인식하는 대중의 경향을 읽을 수 있다. 이러한 원인은 원문을 봐야 잘못을 알 수 있는 의역과 달리, 직역은 그냥 봐도 알 수 있기 때문에 직역이 오역인 경우를 대중들이 더 많이 접했기 때문이다.


정역의 기본 원칙을 굳이 제시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원문의 의미와 문장 요소를 될 수 있으면 모두 옮겨야 한다(함부로 더하거나 빼서는 안 된다). 둘째, 원문의 길이에 맞춰 되도록 짧게 번역해야 한다. 셋째, 우리말의 감각에 맞게 자연스러워야 한다. 첫째와 둘째는 굳이 말하자면 직역, 셋째는 의역의 요소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의역과 직역의 정신을 모두 담아내는 것이 올바른 번역이며, 따라서 이는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특히 아마추어 번역자들이 본인들의 '탁월한 언어감각' 에 바탕을 두고 '초월번역'을 한답시고 한 번역들은 대체로 원문의 의미와 길이를 무시한 엉성하고 낮간지러운 '창작'인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것들은 시장에서 통용되거나 문학적으로 평가받을 만한 것들이 못된다. 또한 직역, 의역 강박증에 빠진 인터넷의 '오역 감별사'들이 시중의 번역서에서 '무수한 오역'을 찾아냈다고 떠들어대는 것은 대체로 의역, 직역, 번역체에 대한 오해에서 나온 것이다. 전자는 의역이 원문의 뜻을 망치는 것이라며 오역이라 주장하고, 후자는 직역이 번역체라며 배척하고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재창작'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특히 프로 번역가들에게서조차 번역체=오역이라는 오해는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부류의 작자들은 번역가의 권한을 과대평가하고 멋대로 원문을 뜯어고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중도를 지키는 것이 가장 어렵지만 중요하며, 저렇게 중도를 지키지 못하는 이들에게 막상 번역을 맡겨보면 역시 돈 받고 팔아먹을 수 없는 기괴하고 나쁜 번역이 나오게 된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소위 프로 번역가들도 이러한 사항을 모두 완벽하게 지키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직역과 의역 사이의 어딘가에서 가장 원문에 가까우면서도 어감이 자연스러운 번역어를 떠올리는 데는 어지간한 프로 번역가라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을 일일이 써 가면서 번역하다 보면 자칫 의뢰인이 요구하는 마감일을 훌쩍 넘겨버릴 수도 있기에 시간적으로 타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4.2. 문학

간혹 작가가 외국어에 대해 해박한 지식이 있는 경우라면 아예 작가 본인이 여러 국어로 출판을 하거나, "외국어로 번역할 때 이런 어휘를 사용하라"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비범한 경우가 있기도 하다. 전자의 예로는 시인 타고르, 후자의 예로는 반지의 제왕으로 유명한 존 로널드 루엘 톨킨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쉽지는 않은 모양인가보다. 어느 작가는 자기 작품이 형편없이 번역되는 것을 보고 화가 나서 자기가 두 가지 언어로 책을 써서 냈는데 두 책이 완전 다른 느낌이 나는 책이 되었더라 하는 이야기도 있다. 반대로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어떤 인터넷 소설가의 책의 경우는 중국어로 번역이 되자 완전히 다른 느낌의 물건이 나온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중국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면 2차 창작에 준하는 글이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 한편 어떤 뱀파이어 할리퀸 취급받는 시리즈의 경우는 한국어 번역판이 더 낫다는 평가를 받기도.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한국에서 인기를 얻은 것에는 이세욱판 번역의 질이 굉장히 뛰어났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문학에서의 번역은 학술서 등의 번역보다도 그 비중이 훨씬 크다. 문학은 엄연히 예술임에도, (가사 역시 중요하긴 하지만) 멜로디만으로 사람의 감정에 호소할 수 있는 음악, 형식 자체가 일종의 보편성을 지니는 미술, 사진과 달리 하나의 언어공동체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 문학서의 번역은 그야말로 2차 창작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상기한 사례에서도 나오듯 업계에는 번역을 내용만 전달하면 되는 단순한 작업으로 치부하는 작자들이 꽤 있어서 번역가가 번역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도착어 번역가에 비해 높지 않은 편이다.

4.3. 청소년 대상 창작물

만화나 청소년 대상 소설을 많이 출판하는 출판사에도 '중고딩들이 보는 거니까 제일 저렴한 번역가한테 맡겨도 된다. 부정확해도 그냥 욕이랑 유행어 좀 많이 넣어 번역하면 오히려 애들이 더 좋아하겠지'라는 유치한 멘탈로 번역가를 섭외하고 진행하는 팀장들이 은근히 많다. 번역가 섭외하라고 책정한 예산의 일부를 중간에서 빼돌리려고 횡령 일부러 저렴한 번역가를 찾는 인간도 있다고 한다.


또한 번역가의 번역 수준은 받는 보상의 수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엉망 번역으로 욕먹는 번역가라도 환경만 좋으면 번역 수준이 높아지기도 한다. 라이트 노벨이나 만화 번역에서는 엉망진창 번역이 곧잘 나오는데, 번역가의 실력 부족보다 시간이 너무 빡빡한 것이 큰 이유다. 그래서 만화, 라노벨의 경우에는 번역자가 한 번에 여러 개를 맡아 후다닥 끝내기도 한다.


다시 말해 보상이 짜서 번역의 질도 나빠지고, 독자들의 기분도 나빠지고의 악순환. 문제는 이런 상황에도 계속 그쪽 작품을 읽어주고 사는 독자나 대여점이 있다는 점이다. 비단 이 논리는 번역만이 아니라 소비자/판매자 관계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써먹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소비자의 권리는 소비자가 찾아야 한다.

4.4. 인문 고전

땅 파서 묻어놓고 숨구멍만 틔어놓는 상황.

인문고전 번역

참고1 - 플라톤 전집은 2019년 완역되었다. 마르크스 엥겔스 전집은 2021년에야 시작되었다. 강신준 동아대 교수의 말에 따르면 30년짜리 프로젝트라고...

참고2 - 위의 비교군에 독일어가 들어가 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예시 다섯가지 중 칸트, 헤겔, 마르크스-엥겔스는 모두 독일어 원전이기 때문.


인문 고전을 번역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학부생들이 고전을 빠르게 접하게 하고 교수의 강의를 용이하게 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일반인들에게 고전에 접근하는 장벽을 낮추는 것이다. 100명이 각자 원어를 배워서 원서를 공부하는 것과, 전문가 1명이 책을 번역하고 나머지 99명이 번역본으로 공부하는 것을 비교하면 당연히 후자가 더 효율적이지 않겠는가? 교수나 대학원생들은 원문으로 읽을 수 있겠지만 학부생들이나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아니다. 안 그래도 역사적 맥락과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 문단의 논리적 구조 파악이 중요한 인문학 전반에서, 읽어야 할 텍스트는 많은데 번역이 없거나 질이 떨어진다면? 안 그래도 높은 인문학의 진입 장벽이 더더욱 높아진다.


이렇듯 중요한 고전 번역이지만, 국내에서는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데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번역 자체의 어려움

동시대의 지배적인 사고 체계의 영향력 내에서 쓰인 현대 경소설이나 만화 번역이라면, 해당 언어의 아주 본질적인 역사적 흐름과 사상적 맥락까지 고려하지는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인문 고전을 번역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제대로 번역한다는 건, 이미 내뿜은 담배연기를 다시 입으로 빨아들이는 수준의 살인적인 노력을 요한다. 당연히 번역을 하려면 해당 분야의 전공자, 그 중에서도 최소한 십년 이상은 학계에 몸담으며, 해당 1차 문헌이 쓰인 시대의 사회와 학계 상황부터, 그 이전 시대의 저작들과 역사적 흐름도 당연히 빠짐없이 참고해야 하고, 후대의 2차 문헌들을 통해 어떤 어휘로 번역하는 것이 옳은지 당연히 고려해야 한다. 원전이 구전돼서 여러 판본일 경우 당연히 해외의 연구 기록들을 짚어가며 기준판본을 선정해야 한다. 모국어와 외국어 능력이 탁월해야 하는 건 당연히 다른 번역가들과 마찬가지로 말할 것도 없고, 지금은 쓰이지 않는 사어들과 고어들의 의미 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도 미리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조건을 다 만족한 번역가의 번역본까지도 후대에 오역으로 평가받기 일쑤다.

학계의 평가

번역도 엄연한 연구의 일부인데 지원을 안 해준다. 번역이란 작업 자체를 상당히 천시하는 게 현 학계의 현실이다. 심지어는 '원서를 읽지 않으면 학문을 연구하는게 아니다'라는 지나친 자부심을 부리는 경우도 존재한다. 영어를 모르면 해외의 연구성과를 그때그때 따라가지 못하고, 해당 연구의 원저자들과 원활하게 소통하지 못한다는 점으로 인해 이러한 인식이 매우 크다. 그러나 이로 인해 일반인들에게 전달해도 충분한 가치가 있을 법한 여러 전문지식들이 대학이나 연구 집단 내에서만 묶여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당장 유사역사학의 난립도 역사학계의 연구 결과나 한문 번역 성과 등이 충분히 대중에게 전달되지 못하면서 생긴 문제였음을 생각해 보자.


베냐민 같은 학자를 예로 들면 인지도는 높으나 막상 국내 학계에서 전문 연구자가 매우 적은 편이며 권위자라고 할 수 있는 교수들의 수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다. 그런데 그 정도 학명을 떨치는 교수가 번역을 직접 할까? 차라리 논문을 쓰는 게 연구 경력에 더 큰 도움이 된다. 번역보다 논문이 더 높이 평가받으니 권위있는 교수들이 직접 번역을 다 하기가 어려운 상황으로, 일부 서적은 한 두 절을 교수가 직접 하고 나머지를 대학원 스터디 용으로 번역시켜 번역본을 다시 중역하는 방식으로 번역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정확한 사정은 모르지만, 번역 수준 차이가 들쭉날쭉한 책들이 일부 있는데, 학부생 수준의 눈에는 잘 안 보이지만 동료 교수들의 눈에는 '아 대학원생들 썼구나'라는 티가 확 난다.

그나마 한국연구재단에서 '동서양명저번역지원'이라는 이름의 지원사업을 실시해서 해마다 평균 17억 정도의 지원금을 주던 걸 2010년경에 10억으로 줄였다가 2017년에는 그마저도 없어졌다. 기재부 관료가 돈줄 끊으면서 연구재단 담당자에게 "영어로 읽으면 되는데 뭐하러 번역해요?"라는 개드립을 날려서 관계자들의 뒷목을 잡게 했다고 한다.

수요

라이트노벨, 게임, 망가 등 인기있고 잘 팔리는 말랑말랑한 서적들에 비해 고대 그리스나 라틴어, 한문, 그 외 '이미 죽은' 언어로 작성된 문헌의 번역본은 재미가 없고 수요층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전공자에게 번역을 맡겨도 언제 번역이 완성될지 모른다. 이러니 인문 고전 번역은 말 그대로 '양산'되는 수준에 그치기에 이르며, 날림으로 내놓은 번역본은 많은데 정작 제대로 된 번역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수요층이 줄어든 인문학계의 진입 장벽은 더더욱 높아진다.


물론 천병희 선생처럼 그리스 원전 번역에 정력적으로 평생을 바치신 분도 있고, 근래 들어서는 올재 클래식스, 정암학당의 플라톤 전집 번역 프로젝트, 혹은 칸트 전집 번역 등이 활성화되고 있긴 하나 다른 선진국들을 따라가려면 이제 갓 걸음마 뗀 셈이나 마찬가지다.


인문학은 아니지만 국내 학술번역의 수준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의 저서가 오역 그것도 실수가 아닌 의도적인 내용변경 때문에 전량 회수 후에 재번역본이 나오는 황당한 현실에서 잘 드러난다. 바로 2015년 앵거스 디턴의 위대한 탈출 오역 논란으로 자세한 내용은 항목 참조.


1. 개요

통역(通譯, interpreting)은 서로 통하지 않는 둘 이상의 언어 구사자 사이에서 그들이 사용하는 말을 이해하여 그 뜻을 전해주는 행위를 말한다. 통역은 문자언어를 시간을 두고 숙고하여 문자로 옮기는 번역과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통역은 어디까지나 그 뜻을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통역을 하는 사람은 말을 잘 듣고 완전히 이해한 뒤 다른 언어로 풀어내야 한다. 단어를 하나 하나 그대로 옮겨 직역하면 뜻은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십상이다.


따라서 통역은 통념과 달리 단순히 외국어를 유창하게 잘 한다고 해서 잘 하는 것은 아니며, 출발어와 도착어 구사력과 풍부한 어휘 외에도 이해력, 순발력, 집중력, 논리력, 기억력 등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통역하려는 말의 내용 자체를 잘 이해해서 정확하고 청자가 이해하기 쉽게 옮겨야 하므로, 내용이 복잡해질수록 통역사는 연사가 하려는 말의 배경, 상황, 의도 등에 대한 깊은 지식을 미리 습득하여 갖추어야 한다. 또한 연사의 말을 그대로 옮겨야 하기 때문에 자의적으로 생략을 한다거나 통역사 자신의 의견 등을 첨가하여 연사의 말을 왜곡하면 절대로 안 된다.[1] 상황에 따라서는 완벽한 언어 구사력보다 정확한 의미전달이 더 선호되기도 한다. 발화자의 감정이나 심리상태를 자신의 표정과 음성 변화까지 동원해서 따라하려는 통역사도 있을 정도다. 특히 법정 통역은 원칙적으로는 발화자의 말 실수, 말버릇, 더듬는 것까지 그대로 옮겨야 한다. 동문서답이거나 상식적으로 이 상황에 나올 말이 아닐지라도 무조건.


통역을 업으로 삼는 사람을 통역사(通譯士)라 부른다. 영어로는 interpreter로 비슷한 개념인 translator는 대개 번역가를 가리킨다.

2. 역사

인류가 성장하면서 말이 통하는 모집단 외의 집단을 만나면서 통역은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통혼[2]을 해서 양쪽의 말을 유창하게 하는 아이가 태어나 통역을 하거나, 주로 여러 나라를 오가면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이 통역업무를 같이 보는 경우가 많았다. 보통 국가의 외교 체계가 매우 복잡해지면서 전문적으로 통역원을 양성하는 기관을 세우는 경우가 많았는데 한국 같은 경우 고려 1276년(충렬왕 2)에 참문학사(參文學事) 김구(金坵)의 건의로 통문관이 세워지기도 하였다. 이후 고려 말기에 사역원으로 개편되고 역관 시험을 쳐서 뽑는 역관제도가 조선시대의 잡과로 계속 이어저 왔다.


국가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통역가가 생기고 필요에 따라 통역을 고용했다. 예를 들어 일본인 승려 엔닌은 당나라에 불교를 배우러 여행을 했는데[3] 신라인 통역관 김정남을 대동했다.# 여행 목적지가 신라는 아니지만 일본에서 중국으로 가는 도중에 신라 해안을 거치며 표착할 수도 있고, 당나라에 도착해서도 9세기 중국 해안지대에는 장보고를 중심으로 한 신라방 커뮤니티가 깔려 있었고 이들은 현대의 여행사처럼 여행자의 편의를 제공했기 때문에 중국 여행에 신라어 통역관을 데려간 것이다.


조선 말기에 여러 서양국가들과 교류하면서 서구언어의 습득이 절실해져 1883년에 외아문의 부속기관으로 우리 나라 최초의 영어교육기관인 동문학(同文學)을 설립하였다. 이후 근대적 교육이 도입되면서 원산학교 같은 사립학교에서도 외국어를 가르쳤고 1895년에 <외국어학교관제>를 제정하여 사립학교를 관립으로 흡수 개편하거나 새로운 학교를 설립하여 외국어를 가르치고 통역원을 양성하였다.


대한민국 정부가 설립된 후 전문적으로 외국어를 가르치는 학교로 한국외국어대학교가 설립되기도 하였다.

3. 통역을 하는 사람

통역사(通譯士, interpreter), 하는 일은 외국어 의사소통을 돕는 것이다. 수어 통역은 같은 언어권 사람들 사이에서 이루어지기도 하므로[4]조금 애매한데, 수어는 공식적으로 '언어'로 취급받으므로(예를 들어 음성한국어와 한국수어는 서로 다른 언어이며, 한국수어는 한국에서 음성한국어에 이은 2번째 법정 공용어이다) 다른 언어를 중계한다는 통역의 기준에는 분명 부합한다. 수어통역사는 음성언어의 외국어 통역사와는 완전히 다른 기준으로 자격시험을 거치므로 이 항목에서는 논하지 않는다.

3.1. 통역의 종류에 따른 구분

통역의 종류에 따라서는 수행통역 / 의전통역 / 관광통역 / 법정통역 / 의료통역 / 회의통역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수행통역, 의전통역 등의 비교적 간단한 통역은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아도 가능하나, 이 정도만 하려고 해도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해야 한다. 유럽언어기준 C1은 되어야 한다.


관광통역의 경우 관광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관광, 역사, 문화 관련 용어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주요수요로는 중국어, 일본어가 있고 그 외에 영어, 태국어, 베트남어, 아랍어 등도 있다. 그리고 관광 쪽 실무에서는 관광통역, 수행통역, 의전통역, 의료통역, 투자통역 등의 영역이 엄밀히 구분되지 않을 수 있는데 이는 의료관광, 투자관광, MICE의 형태 등의 경우처럼 한 가지 목적이 아닌 다목적 복합관광을 오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때 각각의 통역사가 있기보단 편의상 한 사람이 전 과정을 관리하는 가이드를 하면서 여러 가지 통역사의 역할을 겸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규모가 커지고 전문적일수록 직역이 나눠진다.


의료분야, IT분야, 법률분야, 건설분야 등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를 전문으로 활동하는 통역사들도 있다. 아무리 언어를 잘 하는 사람이라도, 본인이 의사가 아닌 한 의사들이 복잡한 의학 용어나 개념을 사용해가면서 하는 말을 그대로 이해해서 통역을 할 수는 없다. 따라서 그 분야의 지식이 요구된다. 이들 중 해당 분야 근무경력을 쌓거나 해당 분야 학위를 가지고 있다가 통역 학위를 따서 통역사로 전업한 케이스도 많다. 반대로, 올바른 통역을 하기 위해 전문지식을 쌓다보니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전직을 하는 경우도 있다(...)


회의통역(Conference Interpreting)은 흔히 언론에서 말하는 "국제회의 동시통역사"로 통역사의 꽃이다. 국제정치, 금융, 교육, 기술, 행정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통역대학원의 교육은 바로 이 회의 통역사 양성을 목표로 한다. 국제 회의나 세미나에서 부스를 세우고 관중에게 동시통역을 제공하는 경우가 바로 이런 회의 통역의 일례. 이러한 국제회의 통역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인맥이 없는 한 통역대학원 석사 학위가 필수다.


반대로 해당 분야 경력이나 학위 없이 통역대학원 졸업 후 통역 경력을 쌓아서 해당 분야 통역사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 중 법률 쪽에서 오래 통번역을 하면서 지식을 쌓다가 아예 법학전문대학원을 통해 법조인이 되었다는 통역사도 있다.

3.2. 통역의 방식에 따른 구분

통역의 방식에 따라서는 동시통역 / 순차통역 / 위스퍼링 통역(슈코타지)으로 나눌 수 있다.


기업, 방송, 국제관계 등의 분야에서 높으신 사람들과 관련되는 전문적인 통역은 전문가를 고용해야 하므로 비용이 비싸다. 한국외국어대학교통역번역연구소에서 제시하는 정식 요율은 한국어-영어 통역의 경우 1일당 약 90만 원 정도로 시간이 초과되면 추가 금액이 붙는다. 전문적인 통역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 없다는 점 (통역 난이도), 실수없이 통역을 진행하려면 길게는 몇 주까지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이 금액은 국제 통역사 요율보다는 더 낮으며, 무엇보다도 1980년대에 책정된 금액인데 30년이 넘도록 변동이 없다.[5] 통역은 또한 통역사의 컨디션이 중요하기 때문에, 현지에서 구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 통역을 해외에 동반하려면 항공기 비즈니스석과 일정급 이상 호텔 1인실 등을 의뢰자가 제공하는 것이 컨디션 면에서 바람직하다.


통역은 단순히 외국어를 열심히 공부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특히 동시통역은 별도의 훈련을 받아야 가능하다. 이중언어구사자(bilingual)라고 해도 공부 없이 전문적인 통역사로 활동하기는 어렵다. 서로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것과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바꾸어 명확한 의미전달을 하는 것은 상당히 다른 차원의 일이기 때문이다.


통역사의 자질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창한 언어 실력, 이해력, 논리력, 순발력, 집중력 등이다. 통역사는 자신의 의견을 첨가하거나, 내용을 빠뜨리지 않고 발화자의 말을 가능하면 그대로 전해야 할 의무가 있다.


통역사는 사전 지식과 준비가 매우 중요하며, 통역을 의뢰하는 쪽에서도 통역사에게 자세한 자료를 전달하고 사전 회의를 통해 회의의 요점이 될 수 있는 내용이나 상황에 대해 협의하는 등 철저히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통역사는 통역을 의뢰하는 업계에 대해서는 외부인이라 해도 결국에는 그 업계의 내부인처럼 유창하게 말을 할 수 있어야 하므로, 통역사는 의뢰 받은 행사 전에 수십, 수백 개의 단어와 용어, 개념, 표현을 외우고 입에 익도록 연습하곤 한다. 통역사는 직업윤리상 통역을 준비할 때와 통역을 할 때 받은 자료, 정보 등에 대해서 절대 발설하지 않고 이를 공유하지 않도록 교육을 받기 때문에[6], 아무리 회사 기밀이라고 해도 통역사와는 공유해야 통역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 기밀이기 때문에 통역 직전까지는 절대 줄 수 없다'는 의뢰인의 입장과 부딪히면서 갈등을 겪기도 한다. [7]

3.2.1. 순차통역

Consecutive Interpretation


발화자가 말을 끝낸 다음 통역하는 방식으로, 대개 통역사는 이때 수첩에 노트테이킹을 한다. 노트테이킹을 할 때는 발화자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통역사는 발화자의 말은 듣는 즉시 완전히 이해하여 머리에 담아 기억해야 하며 노트테이킹은 기억을 돕는 부수적인 역할만 한다. 통역을 할 때 잊지 않도록 숫자나 고유명사를 적거나 아니면 기억하기 쉽게 표시를 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가끔 회의록을 작성할 때 통역사에게 노트를 달라고 해서 받으면 도무지 알아보지 못할 기호만 가득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따라서 통역대학원에서는 노트테이킹을 배우기 전에 엄격하게 암기력 훈련(메모리 트레이닝)을 실시한다. 통역사는 필기보다 기억에 의존하여야 하며, 노트에 적은 내용을 보고 그대로 읽어나가는 것은 금기이다.


국내 통역대학원에서는 발화자의 말을 3분-8분 정도로 듣고 통역을 하며, 언어가 그나마 비슷하여 부담이 비교적 적은 유럽 언어 간의 조합의 경우 유럽 통역대학원에서는 15분 정도까지 발화 길이를 늘려 연습한다. 그 어느 단어도 놓치면 안 되며, 발화자의 말보다 통역 결과물의 길이가 더 짧아야 원활하게 행사가 진행된다.


순차통역에서는 정확하고 가능하면 깨끗하게 문장을 뽑아내야 하기 때문에 청중 기대수준이 높다. 발화자의 말이 끝나는 즉시 모두의 이목이 통역사에게 집중되기 때문에 통역사는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기도 한다. 동시통역보다 어렵다는 통역사들이 많을 정도.

3.2.2. 동시통역

Simultaneous Interpretation


발화자가 말을 시작하는 거의 동시에 통역사가 통역을 시작한다. 통역사는 대개 발화자의 음성을 바로 깨끗하게 전달해 들을 수 있는 장비가 설치되어 있는 방음 부스 안에서 통역을 진행하며, 참가자들은 통역사의 마이크와 연결된 수신기를 통해 통역을 듣는다. 말은 동시통역이지만 실제로는 화자의 발언이 시작되고 나서 어느 정도 잠시 텀을 두고 통역이 들어가기 때문에, 사실 완전히 동시에 진행되지는 않는다. 또 화자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중간부터 말을 끊어가며 통역해야 하는 작업 특성상 정확도가 순차 통역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첫 동시통역이 공식적으로 제공된 회의는 1945년 열린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이다. 당시 여러 회의 등에서 암암리에 동시통역이 시도되고 있었으나, 대규모 국제회의에 공식적으로 동시통역이 활용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동시통역 테크닉이나 학습법이 거의 연구되지 않은 상태에서 각자 동시통역을 훈련한 통역사들이 용감히 첫 선을 보인 셈인데, 이 재판에서 성공적으로 통역한 통역사도 있었지만 실패한 나머지 업계를 떠난 통역사도 있었다.


한국에서는 걸프전 당시 CNN을 통해 전쟁이 생중계되면서 동시통역이라는 개념이 처음 생겨나게 되었다.


동시통역 시 통역사는 한쪽 귀로는 화자의 말을 들으면서 다른 한쪽 귀로는 자신의 통역 결과물을 모니터링하고, 한편으로는 발화자가 하는 말을 기억하고 분석하며 후에 나올 내용 또한 예측하는 등 멀티태스킹을 하게 된다. 따라서 동시통역은 대단히 정신적으로 피곤한 작업으로, 항상 2-3명이 들어가서 15-30분 정도 간격으로 교대로 작업한다. 보통 홀로 30분 이상을 진행하게 되면 정신적, 육체적 한계에 부딪혀서 통역을 할 수 없게 되며, 내용의 논리가 복잡하거나 숫자, 전문용어가 들어가 빡빡한 내용의 경우에는 더 빨리 피로해진다. 통역사는 홀로 동시통역을 진행하라는 의뢰가 들어오면 거절하라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영어 등 한국어와 어순이 완전히 다른 언어의 경우 통역사가 잠시 듣고 있다가 뒤늦게 따라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영어는 동사가 주어 뒤에 위치하여 바로 서술어와 시제 파악이 가능한 반면, 한국어는 서술어가 맨 마지막에 위치하기 때문에 시제나 동사도 문장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드러나지 않는다. 영어는 동사가 주어 뒤에 오는 반면 한국어는 문장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따라서 원문을 끊어가면서 짦은 문장을 여럿 만들거나, 중립적인 내용을 추가하거나 후에 나올 내용을 예측하면서 말을 만들어나가야 하는데, 이 때 통역사의 지식, 즉 사전 준비가 필수적이다. 통역사가 자료나 대본을 달라고 하면 늦어도 열흘에서 1주일 전에는 통역사에게 전달하는 것이 좋다. 완전히 내용을 숙지할 뿐만 아니라 그 자료를 바탕으로 다른 연구도 하며 행사에서 언급될 수 있는 모든 내용을 공부한다.


예측하며 통역하기에 대한 예를 들어보겠다.

"우리 회사는 A사와 5월에 ...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미 계약 체결이 끝난 상황)

이 문장에서 "우리 회사는"까지를 듣고서 통역사가 Our company라고 말했다고 하자. 만약 "A사"까지 들었을 때, 계약 체결이 끝났다는 상황을 통역사가 자료를 통해 미리 알고 있다면 has signed라고 시제를 예측하여 동사를 만들어나갈 수가 있다. 그러나 5월에 이미 어떠한 계약 체결이 끝났다는 사전 지식이 없다면, 통역사는 다음 동사를 어떤 시제로 만들어야 할지, 이 5월이 올해 5월인지 지난해 5월인지 내년 5월인지도 알 수 없으므로 통역을 하기 어렵다. 사전 준비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


동시통역 시 연사가 사용할 대본을 전달한다고 해도 통역사는 그대로 대본을 읽는 것이 아니라, 연사의 돌발 발언을 하거나 달리 말할 때를 대비, 대본의 내용은 참고만 하고 원칙적으로는 연사의 말을 들으면서 동시통역을 한다. 또한 대본 없이 말하는 것보다 대본을 가지고 읽는 속도가 훨씬 더 빠르기 때문에, 연사가 긴장하여 대본을 줄줄 빠르게 읽어내려간다면 아무리 실력 있는 통역사라도 대본이 없는 상태에서 바로 말을 만들어가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동시통역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서는 연사가 적당히 느린 속도로, 조리있게 말을 하여야 한다. 순차도 그렇지만 특히 동시에서는 연사가 말을 너무 빨리 하면 통역사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 '말을 빨리 하는 연사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같은 논문까지 나와 있을 정도인데, 이 논문에 따르면 결국 해결책은 연사가 말을 느리게 하는 것뿐이다. 어떠한 동시통역 부스 기계에는 말 속도를 늦추라는 신호를 보내는 "Too Fast" 버튼이 있는데, 사실 이 버튼을 아무리 눌러도 긴장할 대로 긴장한 연사는 계속 대본을 읽거나 신호를 쳐다보지도 않아서 소용 없는 경우가 많다. (...) 한 국제 회의에서는 어느 연사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계속 말하자 궁지에 몰린 통역사들이 제발 속도를 늦춰달라고 요청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묵살 당하자, 화가 난 통역사가 부스에서 뛰쳐나와 연사의 멱살을 쥐었다는 소문 같은 일화가 전해진다. 연사가 통역사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계속 빨리 말하면 통역사가 통역을 거부하고 부스에서 나가버리는 일도 가끔 있다.


또한 말의 논리를 따라가며 앞으로 나올 내용을 예측하는 것이 필수인 동시통역의 특성상, 중구난방으로 비논리적으로 말하는 연사가 등장하면 동시통역하기란 매우 힘들다. 규모가 큰 회의라면 걱정 없겠지만, 규모가 작은 실내 회의나 야외 현장에서의 통역은 이런 경우가 자주 있다. 그럼에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청중들은 전부 통역자가 통역을 못한 것으로 인식하기에, 연사가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 듣고(...) 통역을 하는 것이 프로 통역사의 자질이다.


또 한국어와 어순이 다른 언어의 경우에는 구조적으로 문장이 깔끔하게 마무리될 수 없다. 그래서 1950-60년대만 해도 영어-한국어 동시통역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는데, 제1세대 통역사들의 부단한 노력과 연구로 현재는 동시통역이 어느 정도까지는 가능해진 상태다. 물론 지금도 영어나 중국어의 동시 통역의 경우 의미를 100% 전달하는 건 불가능하고 통역의 질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심지어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대학원의 통번역연구소에서는 인니말레이어의 경우 아예 공식적으로 동시통역이 불가능하다고 못박아 둔 상태.


대중의 인식과는 달리, 회의 통역사들은 사실 동시통역보다는 오히려 통역의 퀄리티 기대 수준이 높은 순차통역을 더 어려워한다. 동시통역기를 이용하는 회의 참석자들도 일단 한계가 분명한 동시통역이라는 걸 감안하고 듣기 때문에 기대치가 낮으며, 또 연사의 원래 발화와 통역사의 통역 사이의 비교를 통해 통역이 얼마나 제대로 되고 있는지 평가가 어렵기 때문.[8] 반면 순차통역의 경우 처음에 원래 화자의 말을 다 들은 후 통역을 듣기 때문에, 발화자의 언어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경우 통역이 어느 정도로 정확하게 됐는지 비교 판단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동시통역사"가 직업처럼 여겨지는데, 동시통역은 엄밀히 말해 여러 통역 기법 중 하나일 뿐이다. 통역사를 동시통역사로 부르는 것은 마치 치과의사를 "충치치료사"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 정상회담, 외국 정상의 국회 연설, 월드컵 오프닝 생중계 등에서 들을 수 있는 방송 동시통역은 통역사가 선호하지 않는 일거리이다. 통역대학원에서는 학생들에게 방송 동시통역은 웬만하면 하지 말라고 당부하며, 만약 맡게 된다면 위험부담으로 높은 요금을 청구하라고 한다. 일단 통역사가 현장에 있지 않는 한 관련 자료를 전달받기도 힘들어 준비도 어렵고, 방송을 통해 소리를 전해듣는 특성상 연사의 말을 깨끗하게 걸러 들을 수 있는 장비가 없어 집중도가 심하게 떨어진다. 이렇게 본 실력 발휘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인 데다 전국 방방곡곡에 이름을 걸고 통역이 방송되므로 한 번만 삐끗해도 평판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될 수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통역 업무와는 달리 방송 통역은 평생 자료로 남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9]

3.2.3. 위스퍼링 통역

슈쇼타지(Chuchotage)라고도 한다. 사실상 장비 없는 동시통역으로, 통역이 필요한 사람 옆에서 속삭여서 통역을 해주는 것이다. 대개 수행 통역이나 간단하고 짧은 통역 시 사용한다. 동시통역 방음 부스, 음향 장비가 없이 진행하는 일종의 동시인 만큼, 아주 복잡한 내용이나 긴 회의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육체적으로도 상당히 피로한 작업이다. 의외로 통상적인 발성보다 속삭여서 말하는 것이 목이나 체력에 더 무리가 간다. 의뢰인에게 바짝 붙어서 통역하는 만큼 신경써야 할 것도 많다. 현직 통역사의 말에 따르면, 혹시나 입냄새가 풍길까봐 양치를 깨끗이 하는 것은 물론, 1~2시간 전부터는 물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통역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3.2.4. 릴레이 통역

동시통역에서 마치 계주를 뛰듯이 발화자의 A언어를 통역사가 받아 B언어로 통역하면, C언어를 할 수 있는 통역사가 B언어를 C언어로 릴레이로 통역하는 방법. 특히 통역인력을 구하기 힘든 소수어를 통역하려 할 때 많이 쓰인다. 예를 들어 버마어-영어 통역사가 버마어를 영어로 통역하면 동시에 영어-한국어 통역사와 영어-프랑스어 통역사가 각각 한국어, 프랑스어로 통역하는 것이다. 물론 발화자와 통역사의 결과물 사이에는 텀이 길어지며 일종의 중역이 되는 특성상 정확도가 떨어진다.

3.3. 통역사가 되는 법

나라에 따라서는 통역사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공식적인 스펙이나 자격증이 있다. 예를 들어 체코에서는 국가언어시험(SJZ)의 최고 단계(C2)를 통과하거나 외국어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법원에서 등록을 해야 공인 통역사로서 공문서를 번역하고 법정에서 통역하는 것을 맡을 권한이 생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통역사의 공식적인 자격증이나 공식적인 면허 제도는 없다. 하지만, '관행적인' 것은 있다. 통번역대학원 졸업장이 기본적으로 통역사 자격증의 역할을 하며, 실제로 전문적인 동시통역 및 순차통역 일은 통번역대학원에 소속된 통번역센터 또는 졸업생들 네트워크 내에서 도는 경우가 많고, 인하우스 통역사 채용에 있어서도 통번역대학원 졸업장을 기본 서류로 요구하는 곳이 많다. 특히 경쟁적인 프리랜서 국제회의 통역 시장에서는 통번역대학원 석사 졸업장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공식적인' 것은 아니다. 대학생이 지상파 방송에서 포르투갈어 동시통역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예 우리나라에서 가르치지 않는 언어의 경우 교도관이 사전을 보고 공부해 법정에서 통역으로 인정된 경우도 있었다. 공공기관 채용의 경우에도 ‘통번역대학원 졸업 혹은 해외대학출신’ 모두 통역직으로 뽑히긴 하지만, 실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대기업 혹은 중견기업에서는 대개 통번역대학원생이 많이 뽑힌다.


관광통역이라는 분야만 보면 국가전문자격증으로 관광통역안내사가 있다. 외국어, 국사, 관광법규 등을 시험쳐서 관광 가이드와 통역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이다.


의료통역 분야에서는 국제의료관광 코디네이터라는 자격증이 있는데 업무는 한국에 의료관광하러 오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병원코디네이터 자격증이다. 예를 들어 중국인 미용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피부과, 성형외과에서 수요가 있다. 외국어 실력과 의료 관련 지식, 특히 일반대화 능력뿐 아니라 의료와 관계된 외국어지식이 필요하다. 다만 이런 직역의 수요는 분명히 있고, 현장에서 외국인 담당 수납업무인원이나 코디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자격증이 필수규정이 아닌 임의규정이라 실무에서는 자격증을 반드시 필요로 하고 있지는 않은 실정이다.


학창 시절에 통역 실력을 평가하는 대회 등에 참여해 보는 것도 실력과 경험을 쌓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교육산업본부에서 의료통역사 자격검정시험을 주관하고 있고 2019년 기준으로 4회가 되었다.

의료통역능력검정시험은 필기시험과 구술 시험으로 진행되며 필기시험에서 의료용어, 병원시스템 등의 전반적인 의학관련 지식을 테스트(과목별 과락있음 )하고 구술시험(30분,4문제)를 진행해 두 명의 채점자가 녹음된 파일을 듣고 70점이상 점수를 주면 합격하는 것으로 한다.의료통역검정능력시험과는 별개로 매년 2월에 전문의료통역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매주 토요일 6개월동안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건물에서 교육을 듣고 실습을 한다.


사족으로 남자 통역사가 드물다. 보통 통역사가 된 것으로 만족하는 수준이 아니라 통역사로 밥벌이하면서 살아가는 수준이 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통역사의 주 수요층인 높으신 분들은 대부분의 경우 남초고, 이들은 아무래도 젊어보이고 예쁜 여성 통역사가 칙칙한 현장의 분위기를 화사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여성 통역사를 주로 선호하는 것이다. 따라서 번역만 한다면 모를까, 통역의 경우 여성에 비해 남성에게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덜 주어지는 편이고, 남성 통역사가 이를 뚫고 활동하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실력이 필요하며, 여성 통역사들 역시 통역사로 활동하는 동안 외모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거나, 외모 노화를 막을 자신이 없을 경우 남성들처럼 압도적인 실력을 보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10]

3.3.1. 통번역대학원 석사

상세 내용 아이콘  자세한 내용은 통번역대학원 문서를 참고하십시오.

3.3.2. 업계 불문율

통역대학원에서 교육하는 룰에는 다음이 포함된다.

통역 준비를 하거나 통역 시 알게 된 정보나 자료의 기밀을 유지하고 발설하지 않으며, 수행 통역 시 수행인에 대한 이야기도 삼간다.

연사의 발화를 그대로, 정확하게 통역하며 통역 시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절대로 추가하지 않는다.[11]

통역 퀄리티를 보장할 자신이 없는 통역은 수락하지 않는다.

클라이언트에게 사전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 자료, 양질의 통역에 필요한 조건을 당당히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통역의 질은 사전 준비로 익힌 배경 지식에 좌우된다. 예를 들면 "그냥 들리는 대로 통역해 주세요" "기밀 회의라서 자료는 줄 수 없어요" "어려운 내용이 아니니까 괜찮아요" 등의 이유로 자료 제공을 거절하는 클라이언트의 말을 통역사가 수긍하고 희생한다면, 다음에 함께 이 클라이언트와 일을 하는 통역사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받고, 결국 통역사 근무 조건의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력이 짧고 수입이 급한 입장에서는 의뢰인이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직전까지 못 준다고 하면 때려치고 굶든지, 아니면 울며 겨자먹기로 받든지 하는 수밖에 없다. 갈등이 생기는 것은 이것 때문이다.

업계 기준 요금보다 낮은 가격의 통역이나 터무니없이 낮은 연봉의 일자리를 수락하지 않는다. 업계 측에서 말하는 이유는 통역사 처우 및 대중 인식 악화이다. 하지만 경력이 짧고 수입이 급한 입장에서는 경력이 많은 선배들과 같은 일거리를 놓고 경쟁하려면 요금을 낮추는 수밖에 없다. 갈등이 생기는 것은 이것 때문이다.[12]

회의의 주인공인 클라이언트보다 "튀거나" "집중 받으려는" 행동을 삼간다. 업계 측에서 원하는 것은 보수적인 옷차림, 튀지 않는 수수하고 깔끔한 외모, 나서지 않는 태도이다. 하지만 언론에서 주목받는 것은 "미녀 통역사" 쪽이다. 갈등이 생기는 것은 이것 때문이다.

동료 통역사의 실력이나 퍼포먼스의 흠을 잡는 듯한 말은 삼간다. 계약을 주고받을 때 인맥에서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말조심은 필수다. 단, 기업 입사 후 인하우스 통역을 할 경우 인사고과는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자기관리를 철저히 한다. 사전 준비부터 체력 관리까지. 회의 통역은 아프거나 돌발상황이 발생해서 펑크를 내게 되면 대체 통역사를 구하기 매우 힘들다.

4. 기타

전임 통역 전문가를 고용할 여력이 없는 조직에서는 외국어 실력이 그나마 나은 조직원을 지명하거나, 적당히 키워서 활용하기도 한다. 군대의 카투사가 대표적인 예. 회사에서도 다국어로 회의 등을 할 경우 통역이 본업무가 아닌 직원에게 맡기는 경우가 있다.


통역에 의한 정보 유출은 그리 많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일어날 경우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한 예로, FBI 소속 통역가였던 샤마이 레이보위츠는 통역 중 들은 정보를 한 유명 블로거를 통해 폭로했다. 그는 2009년 유죄 판결을 받고 징역 1년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아덴만 여명 작전 당시 2011년 영어-소말리어 통역에 하루 100만 원을 지불했다.

4.1. 통역 vs. 딥러닝

2016년 구글은 기계학습을 동원해 주요 언어를 동시통역할 계획을 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해 통역사가 대체될 것인지에 대해 사람들은 많은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2016년 3월 추정으로는 '통역사'는 407개 직업 중 대체될 확률 순위 344위이고 '여행 및 관광통역 안내원'은 170위이다. 기업 간의 딜이나 국제회의처럼 큰 돈과 정치적 중요성을 지닌 통역 등은 당장은 대체되지 않겠지만, 여행 및 관광안내 등의 간단하거나 민감하지 않은 분야의 통역은 상대적으로 더 대체되기 쉽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